언제던가 이글루스에 둥지를 튼 지인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무심코 툭 던졌던 말이 있습니다.
거기 예전에 SK컴즈가 인수하지 않았나요? 그럼 뭐 조만간 막장 타겠네.
그분은 그러더군요.
에이, 그렇지 않아요. 지금 인수한지 좀 됐는데 예전이랑 별반 차이 없어요.
더 신경 써주는 것 같고. 뭐 이글루스에 계속 남아있어도 될 것 같아요.
저는,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고, 아무것도 모르고 내뱉은 말같아 좀 무안해서 아 그렇구나 라고 대답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어쩌죠. 제가 내뱉았던 말이 조금씩 현실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사용자들에게 사전에 아무런 공지 없이 결정을 내리고 조만간 바로 적용한다고 하는군요.

사실 14세 가입 어쩌고 하는 거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은 조금 우스워요.
열네살짜리 청소년들이 우르르 이글루스에 둥지를 튼다고  이글루스가 막장을 타지 않아요.
어차피 웹이라는 공간은 나이, 성별, 계급등을 차별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은 아니거든요.
막으려 하면 할 수록 더 거센 리액션만 돌아올 뿐입니다. 그런 거 아무 소용 없어요.
어린 친구들이 개념이 없다지만 그들에게 너네는 싸이월드 미니홈피만 해라, 이건 좀 웃기거든요.

그리고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19세 이상용 컨탠츠가 많이 쌓인 이글루스에 청소년이 가입하는 건 옳지 않다고 하시는 분들,
그거 말도 안되는 거 아시죠?
어차피 이글루스에 쌓인 정보는 오픈된 상태입니다.
그 정보를 보기위해 성인 인증을 하나요?
14살짜리 청소년들은 이미 가입을 하지 않고도 이글루스의 포스팅을 RSS로 받아보고 있을겁니다.

14세 가입을 막네 허용하네 그런 이야기는 사실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일 뿐입니다.
그냥 가입하게 내비두세요. 그들이 가입한다고 이글루스가 질적으로 저하될 거란 걱정은 접어두시고.

그런데 사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런게 아닙니다.
톡 까놓고 이야기 해봅시다.
이글루스 유저들은 애써 모른척 하고 싶으시겠지만, 지금 이글루스는 SK컴즈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문제라는 겁니다.
그들은 절대로 유저와 대화하지 않습니다. 소통이요?
그런 거 모릅니다.
아, 제스춰는 취합니다. 그리고 딱 거기까지입니다.
이번일로 이글루스 유저들이 광분하는 절대적인 이유는 다른 게 아닙니다.
14세 가입 어쩌고 하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일방적으로 일을 추진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형식이었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지요.
그들이 이번에 보여준 행동은 추후에 어떤 일이든 지금과 같이 진행될 것이라는 걸 말해줍니다.

하루이틀 이야기가 아닙니다.
일단 예전에 제가 싸이월드 페이퍼 서비스 종료에 대해 썼던 포스팅이 있으니 그것부터 한번 보시죠.
http://eastrain.co.kr/1000

단언컨데 SK컴즈는 절대로 유저들과 함께 서비스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의견? 웃기는 소리 하지마, 우리가 이렇게 결정 했으니 너네는 이렇게 따라오기만해,
그게 딱 SK컴즈의 수준입니다.
이번일이 처음이라면 이렇게 확실히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가장 성공했다 자부하는 싸이월드만 보셔도 알잖아요.
대체 싸이월드의 어떤 서비스가 유저와 소통하고 있던가요.
서비스 업체가 일방적으로 내놓은 서비스를 아무 생각없이 따라오게만 만드는 게 SK컴즈의 장점(?)입니다.

싸이 블로그는 엄청난 돈을 때려붓고도 제대로 빛을 못본 희대의 삽질로 기록되었고,
멀쩡하던 엠파스는 식물화 되었고,
미국, 유럽 진출했다던 싸이월드는 철수하고,
이제 그나마 제대로 남은 건 이글루스 하난데,
어떡하죠.
SK컴즈는 그거 하나마저 말아먹어야 직성이 풀리려나 봐요.

혹시 제 블로그를 들러주시는 이글루스 유저분들이 있다면,
제가 드리는 말씀 절대 다른쪽 귀로 흘려듣지 마세요.
더 험한 꼴 보기전에 그곳을 뜨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겁니다.

SK컴즈가 대체 언제까지 별다른 수익모델이 없는 이글루스를 지금의 모습 그대로 놔둘거라 생각하시나요.
가입 연령을 14세로 낮춘 그 이면에 어떤 의도가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
20대, 30대보다 즉흥적이고 판단력이 조금 떨어지는 청소년들이 웹이라는 공간에서 얼마나 호구인지 잘 아시잖아요.
그들이 얼마나 큰 돈줄인지 아시잖아요. 대충 그림이 그려지지 않습니까?

별다른 돈줄 없는 티스토리는 뭐냐, 고 말씀하시면 다음과 SK컴즈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다음은 티스토리를 통해 양질의 컨텐츠가 쌓이고
그것이 다음을 통해 노출되는 것 자체가 장기적인 수익으로 이어집니다.
검색사이트의 생명이 뭡니까. 양질의 검색정보 아니던가요.
티스토리는 지금 충분히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SK컴즈는 엠파스를 말아먹은 상황이고 네이트 닷컴 또한 그다지 똘똘한 상태가 아니라
각각의 서비스에서 각각의 독립된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면 똥줄이 타는 상황입니다.
그간 돈줄이었던 싸이월드는 음악 한곡당 도토리 지불 비용을 늘이면서까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글쎄,
대체 언제까지 도토리장사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미니홈피에서 싸이블로그로 이전한 유저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저조합니다.
싸이블로그 제대로 말아먹은 판국에 싸이월드에서 다른 서비스를 런칭한다는 것 자체가 모험입니다.
그러던 SK컴즈가 '하지만, 이글루스가 출동한다면?' 이라고 생각했겠죠.
그리고 그 거대한 삽질의 여정이 이제 시작된 것입니다.

14세 가입 허용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글루스 유저분들은 더 험한꼴 당하기 전에 다른 서비스로 갈아타시길 정말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몇몇 유저들이 힘을 모으고 항의를 해도 그들은 그저 들어주는 척 제스춰만 취할겁니다.
직접 SK컴즈에 당한 전력이 있어서 이렇게 간곡히 말씀드리는 겁니다.

명심하세요.
SK컴즈는 이미
엠파스 말아먹었고,
미국, 유럽 싸이월드 철수했고,
국내 싸이월드도 예전같지 않으신 상태입니다.
이글루스 제대로 말아드시는 거 한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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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에는 미니홈피 서비스만 있는 게 아닙니다. 페이퍼라는 꽤 쓸만하고 호응도 좋았던 서비스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2007년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싸이월드 메인 상단의 주요 메뉴에서 페이퍼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 것이죠.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페이퍼 유저들은 좀더 강하게 의사를 표명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싸이월드는 당시의 유저말에 귀 기울이고 페이퍼 서비스를 더욱 강화해야만 했습니다.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이렇습니다.
그나마 조금 남아 있던 그곳의 페이퍼 사용자들은 이제 난민이 될 위기에 처했고,
그나마 싸이월드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생산하던 유저들이 사라짐으로써 싸이월드는 막장을 달리게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사용자에게도, 서비스 제공업체에게도 최악의 경우가 발생한 것이지요.

톡까놓고 말해서 지금 싸이월드는 각종 루머의 생산지이자 저질 찌라시 정보만 유통되는 저급한 곳으로 변모했습니다.
그나마 페이퍼 서비스가 활발히 진행될 시절에는 각종 정보들이 다양하게 생산되었고
이는 싸이월드 생태계 전체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SK컴즈는 한참 잘나가던 페이퍼 서비스를 뒷전으로 미루고 조금 의외의 선택을 하게 됩니다.
바로 이글루스 인수와 C2 서비스 개발이었지요.
결론은 여러분들이 아시는대로입니다.
이글루스는 정체되었고, 싸이월드 사용자들의 C2 사용률은 최악에 가깝습니다.
개인미디어 역사상 최대의 삽질로 기록될 대실패인 것이지요.
이는 결국 싸이월드의 침체로 이어지게 됩니다.
싸이월드 생태계의 다양성을 담보하던 페이퍼라는 한 축이 무너진 결과입니다.

저도 한때는 활발히 페이퍼를 발행하던 페이퍼 작가였습니다.
그러나 2007년초 싸이월드에서 페이퍼 사용자들을 모아 진행했던 간담회 이후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는, 아니 오히려 퇴보하는 그들의 서비스를 보며 그곳을 떠났습니다.
그들은 분명 페이퍼 사용자들을 모아 페이퍼 3.0이라는 서비스 런칭을 이야기했었고
페이퍼 서비스의 강화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약속은 모두 거짓임이 밝혀졌지요.


사실 페이퍼는 변화해야 할 시기를 놓쳐 더이상 웹2.0 시대에 살아남지 못할 시스템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페이퍼를 다시 살리는 건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번일을 통해 SK컴즈건 페이퍼 사용자건 큰 교훈을 얻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페이퍼는 그간 나타났다 사라져간 수많은 서비스 중하나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충분히 발전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공업체의 오판으로 생명을 다한 대표적인 서비스로 기록될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페이퍼 유저들과 SK컴즈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네이버건 다음이건 파란이건 어디건 개인미디어를 제공하는 모든 업체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교훈이며,
네이버건 다음이건 파란이간 어디건 개인미디어를 사용하는 모든 개인게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교훈입니다.

서비스 업체는 좀더 사용자의 말에 귀기울여 서비스의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할 것이며,
사용자는 서비스 업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방향타를 틀면 아주 확고히 의사를 표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서비스 업체와 사용자가 동시에 윈윈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인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비스의 향방을 결정짓는 방향타는 결코 서비스업체가 독선적으로 쥐고 있어서는 안됩니다.
사용자와 서비스 제공업체가 균등히 그 권리를 같이 이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페이퍼 서비스 종료 사태는 결코 강건너 불구경할 일이 아닙니다.
언제 당신이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에도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블로거들에게 묻습니다.
그리고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분들에게 묻습니다.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의 권리를 크게 소리 높여 이야기 하십니까?
여러분들은 사용자의 목소리에 허리숙여 귀기울이십니까?





페이퍼 서비스 종료를 가슴깊이 애도하며,

2008년10월19일, East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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